[샴푸] - 야마다 에이미.

May 8th, 2005

‘소라’는 이혼한 부모를 둔, 지금은 아빠와 살고 있는 소녀이다. 아빠는 고층빌딩 유리창닦이를 업으로 삼고 있다. 아직 확실한 관계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도 있고, 아빠에게도 애인이 있다. 그런 소라와 아빠 사이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2001년)

실제로는 그 성향이 크게 다르지만, 그리고 도대체 어디에서 주관해서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로 꼽는 동시대의 일본 작가는 세 명 정도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그리고 야마다 에이미이지요. 이 중 야마다 에이미는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연애라는 소재를 다른 두 작가보다 훨씬 더 연애와 먼 듯한 느낌이 들게 풀어냅니다. 문체도 위의 둘보다 조금 거칠어보입니다.

[샴푸]의 경우는 그나마 가장 연애소설답게 연애를 이야기한 단편입니다. 아빠와 딸이라는 두 세대의 ‘반생(半生)의 꿈과 짐’에 대한 이야기에 세 개의 연애(소라의 것 하나, 아빠의 것 둘)를 살짝 덧칠한 이 작품은, 야마다 에이미의 단편 치고는 의외로 밝은 분위기이지요.

소라네 고양이 이름이자 창 닦는 대걸레 이름이기도 한 ‘샴푸’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소라와 위태하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아빠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아빠와의 대화와 소소한 사건으로 조금은 불만이었던 삶에 대해 ‘러블리(lovely)’를 외칠 줄 알게 되고, 사랑을 왜 해야 하는지 깨달아가는 소라의 모습도 참 ‘러블리’합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자신에게 무신경한 소녀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